색채과학의 기원
색채는 이론정립보다도 실제 사용이 선행되었다. 색채는 사용 가능한 소재로서 눈에 보이는 것이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고대 이집트인이 일상생활에 색채를 어떤 식으로 사용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피라미드 내부의 색채장식을 보면 그들이 탁월한 색채 능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파르테논 신전을 화려한 색채로 장식했다는 사실은 현재 거의 정설이 되어 있다. 로마는 그러한 전통 위에서 색채사용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색채를 장식색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그들의 생활 공간 자체에 끌어들인 것이다. 색채의 이론화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서 명암 또는 빛과 어둠을 대비시키는 것에서 발생되었다. 기원전 5세기 경, 엠페도클레스는 불에서 빛이 발생해 대상물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기원전 4세기에 데모크리토스는 흰색, 검정, 빨강, 초록의 4원색에서 세상의 모든 색들이 생겨난다고 믿었다. 그러한 철학을 계승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유채색이 흰색과 검정의 사이에 위치한다고 했는데, 그의 색채이론은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유럽으로 계승되었다. 또한 그는 무지개를 이론적으로 설명했는데, 그 가운데서 빨강과 함께 초록과 보라를 원색(혼색이 아닌 1차색)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그러한 철학에 따른 색의 계열은 흰색, 노랑, 빨강, 초록, 파랑, 보라, 검정의 7가지 색이 된다. 이러한 정리 방법은 빛의 작용에 의한 어둠의 변용에서 각 유채색이 생겨난다는 사고 방식에 기초한 것으로, 현대 과학에서는 비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음악에 비유된 수학 비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면에서 과학적 착상을 엿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대비작용, 연색작용, 렌즈에 맺힌 상 등에 대해 기록하였다. 그리스의 이론은 중세 아랍으로 전해져서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 연구를 꽃피우고, 다시 유럽 과학 연구의 발생을 이끌었다. 그러나 색채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 고정되었고 오히려 안구 해부학 연구가 성과를 보였다. 색채과학은 뉴턴에 의한 태양 광선의 스펙트럼 관찰로 비로소 시작되었다.
무지개의 과학
무지개는 공작의 날개 색과 함께 오래 전부터 색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온 대상이었다. 무지개는 태양과 반대 방향에서 반경 약 40도의 원형으로 나타나는데, 바깥쪽부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순서로 나타난다. 고대 중국에서 무지개는 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암수가 따로 있다고 생각되었다. 즉, 주(主) 무지개와 부(副) 무지개가 있는데 쌍무지개가 이에 해당되며, 부 무지개가 주 무지개 바깥쪽으로 45도의 원을 그리며 흐린 색으로 나타난다. 부 무지개에서 색의 순서는 주 무지개와 반대로 빨강이 가장 안쪽에 위치한다. 이렇게 순서가 다른 것은 주 무지개가 물방울 안에서 한 번 반사되어 나타나는 것인데 비해 부 무지개는 두 번 반사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 무지개와 부 무지개 사이는 주위의 하늘보다 어둡다. 이것을 '알렉산더의 검은 띠(black band)'라고 부르는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프로디시아스(터키의 지명)의 알렉산더가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검은 때가 본래 하늘의 밝기인데, 무지개각 떠 있는 부분은 굴절로 인해 태양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밝게 보이는 것이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구형인 물방울은 평행으로 입사되는 단색 광선파장들을 특정 방향으로 굴절 및 반사하는데, 이 때 보다 큰 각도의 반사 광선도 배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 무지개의 노락 부분에는 파장이 짧은 녹색 광선도 섞여있고, 주황, 빨강 등 단색 광선도 다소 겹치기 때문에 주 무지개의 바깥쪽은 배색 광선이 섞인 것처럼 밝아진다. 마찬가지로 부 무지개의 안쪽 부분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 양 무지개 사이의 공간만이 어두운 채로 머물게 된다. 고대 철학자는 이 현상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지만, 어둡게 보이는 사실만은 자세히 관찰하고 있던 것이다. 무지개의 물방울 안쪽에서 일어나는 광선의 굴절, 반사의 계산은 1673년에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이고 수학자인 데카르트가 최초로 실시했다. 여기에는 네덜란드의 수학자 스텔이 1621년에 연구한 굴절률 '스넬의 법칙'이 이용되었다. 데카르트는 물방울 한쪽면에 입사되는 평행광선 1만개에 대해 스넬의 방식으로 계산하여 8,500~8,600개의 광선이 최소 편각 D=139도 25분에서 몇 분 이내의 각도에 집중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시대의 주류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색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발생한다'는 빛의 개변설에 따라 그 최소 편각이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만들고 그곳에 무지개가 생겨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무지개를 수분 굴절률의 파장 의존성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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