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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일본의 색채 문화 2

by 더_나은_날 2022. 7. 2.

3) 헤이안 시대

헤이안 시대는 그 이전 시대에 지배적이었던 중국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궁정제도 등 사회적으로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모노노아와레」 (헤이안 시대의 이념으로 유미, 섬세, 침정, 관조적)로 상징되는 일본풍 문화가 확립된 시대이다. 문화영역에서는 특히 이야기(모노가타리) 문학, 와카(일본 고유 형식의 시) 문학이 탄생하는 등 문학 세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그것은 사계절의 변화에 대한 동조와 무상관을 특성으로 갖는다. 의복, 세간, 공예품 등 생활 분야도 필연적으로 그 영향 아래에서 성립된 것이며, 색채 세계에서는 특히 일본풍으로 바뀌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색채 쪽에서는 염색 기술의 발달과 안정에 힘입어 다양한 색의 변형(variation)이 만들어졌으며, 특히 빨간색을 중심으로 한 실제 염색 원단의 색상 다양화와 함께 색의 이름 수가 늘었다. 궁정 의복의 경우에는 이로메에 의해 계절의 변화에 어울리는 배색이 정해지고, 배경이 되는 신분이나 경제력과 함께 색의 사용에 따라 신분이 구별되기도 했다. 이는 다양해진 색이름에도 나타나 색의 주류가 당시까지의 광물성 물감의 색에서 염색에 의한 색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색이름의 폭발적인 증가는 에도 시대에도 다시 나타난다. 시대의 특징을 특별히 표현하는 색이름의 한 예가 심비(짙은 홍색)인데, 이는 염색 고유의 기술적 특색을 그대로 나타내며, 색의 농담을 가리키는 색이름이다. 이와 같은 기술적 특색은 사용 재료의 비용이라는 경제적 측면과도 연결되어 금색(칙허에 따라 특정 계급에만 착용이 허락된 의복의 색을 규정한 궁정 제도. 파랑, 빨강, 황단, 치자, 짙은 보라, 짙은 홍색, 짙은 암홍색 등 7색)과 청색(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의복색. 옅은 주홍이나 옅은 보라색 등)이라는 형태로 그 당시 실제 의복의 색채 사용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시대적 특징을 나타내는 색이름을 빨간 색상에서 찾아보면 소련(약간 옅은 주홍색), 당홍(짙은 주홍색. '당'은 문학적인 미칭으로 당 대신 '한'을 쓰는 경우도 있다), 금양색(약간 짙은 듯한 주홍색. 현대 색이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잇콘조메('일근염', 두 필의 옷감을 약 600g의 잇꽃으로 염색한 흐린 주홍색), 퇴홍(황염이라고도 하며, 아주 흐린 주홍색. 두 필의 옷감을 100g 정도의 잇꽃으로 염색한 색. 주홍색은 퇴색되기 쉬웠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색이름) 등이 있다. 헤이안 시대의 색채 감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이로메이다. 이로메는 궁정 생활에서 남녀 모두가 사용한 의복의 배색으로서도, 에도 시대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로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본의 독자적인 계절 식물 명칭으로 표현된 것이며, 자연과의 융합 감각성에 의한 배색이다. 또한 「가사네」, 「니오이」 등 의복의 배색 개념에 덧붙여서 「우스요」라는 편지지의 이로메에까지 배색 구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넓은 시야에서 성립된 배색관이라는 점에서도 그 독자성이 인정된다. 「우스요」에는 4계절 공통인 것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도 많은데, 나가사키 세이키의 연구에 따르면 전자가 66종, 후자가 130종이 있다. 4계절을 반영하는 이로메의 한 예로써, 단풍나무 혹은 단풍잎이라는 테마를 들어보도록 하자. 그에 포함되는 이로메의 종류는 여름의 약풍(어린잎의 단풍, 담녹색과 빨강)에서 시작되는데, 가을 단풍에 들어서면 단풍(빨강과 짙은 빨강), 황단풍(노랑과 짙은 노랑), 청단풍(초록과 황갈색), 거먕옻나무 단풍(검은빛을 띠는 암홍색과 노랑), 단풍나무 단풍(담녹색과 황갈색), 첫 단풍(연두와 연한 연두색) 등으로 퍼져나간다(이상 괄호 안의 색이름들은 「가사네노 이로메」(의복을 겹쳐 입을 때의 전통적 배색에 따른 것임). 일본인이 감정적으로 특히 소중히 여기는 가을의 계절감이 잘 표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종이 장식 기법의 발달도 헤이안 시대만의 독자적인 영역이었다. 가장 명확한 예로는 이쓰쿠시마 신사의 <헤이케노쿄(이쓰쿠시마 신사에 전해 내려오는 장식 경전, 총 33권)>이다. 이것은 금, 은박과 염색으로 정밀하고도 실로 훌륭한 색채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와 함께 니시혼간지의 <36인가집>의 색지도 판화 수법 등 다양한 공예기법과 디자인에 의한 배색미는 후대에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4) 위계 제도와 색

나라, 헤이안 시대는 관직의 정비와 실현에 노력을 기울인 시대였다. 그 노력의 특징적인 예가 위계에 따른 공식 복으로서 의복 색을 제정한 것이다. 그 이전에 먼저 「관위 12계」가 스이코 11년에 제정되었다. 그 후대에 덴치, 덴무, 지토 각 천황의 대에 위계의 수가 늘어나서 결국에는 친왕, 제왕, 제신 등 48종류까지 나뉘었다가 그 후 30종류로 정착되었다. 관등의 색은 오행설에 근거한 것이며, 그 위에 보라를 선정한 것이다. 헤이안 시대에는 그 금령이 엄밀히 지켜지지 않아, 누차 금색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특히 무사들이 대두된 뒤로는 유명무실에 가까웠다. 금색제도 이전에는 당색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자기 신분에 해당되는 색 이외에 아래 관등의 색도 착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색의 허용 범위가 넓었다. 그러한 착용의 혼란은 헤이안 시대에 다시 금색제도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의복 색의 매력을 서민들이 알게 되고, 자신들도 여러 색을 사용하고자 하는 강한 바람을 갖게 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 실태는 당시의 노비가 나라 시대에는 검은색의 착용만 허용되었으나, 헤이안 시대에는 노랑, 자주색, 연주홍, 상수리나무(짙은 쥐색) 등의 색 사용이 허용된 것에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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