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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일본의 색채 문화 3

by 더_나은_날 2022. 7. 3.

5) 가마쿠라 시대

가마쿠라 시대의 문화에는 무사의 기질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한 경향은 불상 조각의 빈틈없는 사실적 표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불상에 나타나는 현실적 표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화려한 장식 문양이 채색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고후쿠지에 있는 인왕상의 치맛자락 뒤쪽에 아름답게 채색된 모란 문양, 조루리지에 있는 부동명왕의 키리카네(금박을 가는 선이나 기하학적 모양으로 붙이고 채색과 함께 무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회화나 불상 장식에 이용되었다) 등으로, 다른 시대 공예가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의 새로운 양상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갑주(갑옷과 투구)이다. 갑주는 금속, 염색, 피혁, 옻칠 공예 등의 종합적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일본의 고유적인 표현에 의한 예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색채 면에서, 전장에서 누구인지 식별하거나 눈에 띄기 쉽게 효과적인 색과 문양으로 만들어졌다. 갑옷 소매에는 작은 금속판을 덧대기 때문에 그 작업 순서가 그대로 무늬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것을 오도시라고 한다. 갑옷 소매의 위는 몸통 부분과 함께 갑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며, 착용자들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눈에 띄게 발달한 종합적인 예술로 평가받는 갑주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색이름에 있어서는 헤이안 시대의 명칭이 답습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표현방식도 「니오이」 (위쪽이 짙고 아래로 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선염 방법), 「스소고」 (위와 반대로 아래쪽이 짙어지는 선염 방법), 「무라고」 (농담이 위치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변화가 있는 선염 방법) 등 헤이안 시대의 의복과 같은 방법이 사용되었다. 즉, 종합예술로서의 갑주 전반으로는 새로운 전개가 있었지만, 색채 문화는 변함없이 그대로 전승되었다. 스소고의 경우에는 주홍색과 보라색으로 한정되었다는 설도 있어서 그 설이 사실이라면 의복의 전반적 흐름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공예품에서도 가마쿠라 시대의 특성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벼룻집 등에도 뛰어난 유품이 있는데, 금은 마키에(일본 옻칠 공예)에서 금은 가루를 사용해 무늬를 그리는 기법) 기술의 뛰어남과 함께 무늬에 있어 매화 등이 중시 여겨졌던 것처럼 길상성이 표현된 부분이 유품에서 많이 보인다. 헤이안 시대의 귀족 문화에서 무사 시대로 바뀐 것이 문양의 선택에서도 나타난 것이며, 그 점에서 시대성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짙은 남색을 승색(짙은 주홍색에도 쓰였다는 설도 있다)이라고 하는데, 호칭에 일종의 길상성이 보이는 점에서 이 시대에 쓰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해송색(어두운 연두색), 회피색(중간 정도 짙은 밤색) 등 무거운 느낌을 주는 색을 애호하게 된 것도 이 시대의 특색이다.

 

6) 무로마치 시대

동란이 잠잠해지지 않았던 무로마치 시대는 수묵화와 선과 도검으로 상징되는 「적」의 정신공간에서 마음의 안정을 구한 시대였다. 그러나 그중에서 특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희망은 퇴주(붉은 옻칠을 수백 번 겹쳐 칠하고 문양을 긁어내는 중국의 기법. 검은 옻칠을 하는 경우는 퇴흑, 퇴오 라고 함)나 네고로 칠(표면에 바른 붉은 옻칠 아래로 검은 옻칠이 군데군데 드러나 보이는 우아한 멋을 맛볼 수 있다)의 무거운 붉은 색에서 엿보이는 듯하다. 이 시대에는 몽환능이 제아미 등에 의해 성립되었는데, 당직(중국 전통 직조법)으로 만들어진 무대의상이 촛불에 빛나는 모습은 흡사 꿈과 환상의 세계와 같아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전개되는 무상한 이야기가 화려한 춤과 연출에 의한 「화(花)」('화전서')로 인해 보완된다. 「화」는 당시 중국에서 전해진 금란이나 당직, 긴카쿠지의 모습을 봐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립하는 수묵화와 선의 「적」과 「화」의 화려함이라는 모순적인 통일감이 무로마치 시대가 가진 미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헤이안 시대로부터 가마쿠라 시대로의 변천이 낳은 무상관이 무로마치 시대의 동란 속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성질을 하나의 미의식으로 감싼 것이다. 무로마치 시대에 나타난 색이름 중 대표적인 것으로 시색(감빛, 고동색)을 들 수 있다. 조시색이 화려한 빨간색인 데 반해, 시색은 감에서 얻은 감물로 염색한 일종의 갈색이다. 이 시색은 야마부시(산야에 기거하며 수행하는 승려)나 유행승(도시나 촌락을 떠돌면서 교화하는 승려)들이 입은 튼튼하고 실용적인 색이었지만, 일반 속세에서 벗어난 자들을 가리키는 색이기도 했다. 가부키 정식막이 바로 그 갈색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가부키도 경자(화려하고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웃사이더) 집단에서 출발한 연기극이라는 역사도 갖고 있다.

 

7) 모모야마 시대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대표되는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는 금채(금칠)미의 시대이다. 무로마치 시대에는 「화(花)」의 금각에 대비되는 「적(寂)」의 은각이 있었다. 하지만 모모야마 시대는 금색만으로 상징된다. 금색의 대비색인 파랑과 배색된 것이 금벽장벽화로, 찬란한 색채 공간을 연출했다. 한편, 접박, 봉밥과 같이 금을 옷감화한 직물도 출현했다. 또, 포르투갈 인이 전해준 남만 문화를 받아들인 디자인도 생겨났다. 옻칠을 한 작은 북의 몸체나 화약통(화승총과 함께 전파된 남만 수입품을 본뜬 최신형 용기)에는 곡면체의 용기에 가지나 꽃 등 평범한 일상의 사물이 기발한 디자인의 마키에로 표현되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당시의 사람들이 새로운 자극을 자유롭고 풍부한 감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모모야마 시대는 변화 다채로운 문양 장식이 전개된 시대가 되었다. 외래문화가 기존의 고정화된 문양을 자극하여 새로운 의장문화를 만들어내고, 전통 문양과 기법 자체에도 혁신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대표적 예가 <고다이지 마키에>이다. 그것은 새로운 감각으로 단순화된 국화 문양이 건축 내부나 용기에 표현된 것인데, 그 단순미에서 오는 재미는 당시에 출현한 쓰지가하나(초목 무늬를 붉은 색으로 염색)라고 하는 염색법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질이다. 노부나가에 의해 만들어진 아즈치성처럼 금이 많이 쓰여 웅장하고 호화로운 풍의 건축미에 비해, 리큐가 창시한 다도의 건축공간은 무채색성, 자연성, 폐쇄성 등으로 엄격하게 한정되어 서로 대조를 이루었다. 화려하게 만발한 길가의 나팔꽃을 손님 초대에 즈음해서 한 송이만 남기고 모조리 꺾어버렸다고 하는 에피소드는 선(禪) 정신에 정통한 그의 미의식이 그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이 건축에서 보이는 의식의 대립은 사회를 의욕적으로 개방하는 쪽으로 유도했던 모모야마 시대의 시대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모모야마 시대를 상징하는 색은 금색이지만, 벚꽃놀이 장소에서 고소데막(고소데-소맷부리가 좁아진 형태의 일본 평상복)처럼 고소데가 시대를 대변한 측면도 있다. 고소데는 짧은 소매의 의복 형태를 나타내는 명칭인데, 그 소매 모양에 디자인 역량을 쏟았는지 상당히 다양한 무늬와 색이 보여졌다. 그래서 소매만을 모아 놓은 <다가소데(누구의 소매, 코킨슈의 「누군가의 소맷자락에 묻어난 정원의 매화에」에서 따왔다고 함) 병풍> 등 소매 형태 속에 다양한 모양과 배색을 응축시켜 놓은 신기한 의장이 공예품 등에서도 널리 유행했다. 고소데막은 그물을 걸쳐놓고 여러 개의 고소데를 걸어서 임시 천막으로 썼던 것인데,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자랑스러운 고소데를 사람들 앞에 내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비록 일부 계층에게만 허용되었던 것이긴 했지만 사회가 전국시대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밝게 전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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