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의 색채
회화의 색채에 대해서는 색채가 가지는 「묘사가치」와 「독자가치」를 구별해보면 알기 쉽다. 이 2가지는 회화표현에 있어 상반되는 색채 역할을 의미한다. 전자는 대상의 사실적 재현이나 공간적 거리, 입체감의 표현 등을 위해 사용되는 색채 기능을 가리키고, 후자는 색채 그 자체가 낳는 힘이나 효과를 가리킨다. 이 구별을 제창한 것이 미술사학자 한스 얀첸(Hans Jantzen)으로, 양쪽을 대립시키거나 통합하는 양상을 회화에서의 색채 본질로 보았다. 우선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테라스>를 보면 회화의 「파랑」과 「노랑」에는 아를(Arles)거리의 밤하늘과 카페의 조명을 재현하는 묘사성이 있다. 그리고 조명의 사실적 표현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란색의 넓은 범위나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별을 노랑으로 하여 하늘의 파랑과의 대비를 주는 등 색채의 독자적인 힘이 강조되어 있다. 세잔(Paul Cezanne)이 그리는 파란색, 초록색, 갈색은 확실히 하늘, 가로수, 건물을 묘사하는 색채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독자가치를 강하게 의식한 묘사 방법이다. 초록이 나타내는 것이 소나무인지, 사이프레스인지 혹은 풀인지에 대한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초록과 파랑의 리드미컬한 운동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잔의 작품은 회화의 윗부분을 손으로 가리거나 밑부분만 보이지 않게 하면 추상화화 되어보인다. 즉, 색채의 독자가치를 우선시하면 추상화가 되고, 묘사가치를 우선시하면 사실적 회화가 된다고 볼 수 있다. 회화 제작은 기본적으로 사실성과 추상성이라고 하는 대립을 통합해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색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묘사가치와 독자가치의 대립과 통합이 된다. 원래 회화란 이차원 평면상에 선과 명암과 색채를 사용하여 표현한 이미지(형상)를 가리킨다. 따라서 회화 제작은 선으로 물체의 형태를 소묘하고, 명암으로 형태에 입체감을 주며, 색채로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선묘에도 묘사가치와 독자가치가 있다. 색채에 대한 묘사가치와 독자가치의 대립, 통합의 방법은 무척 다이나믹한 표정을 가진다. 한편,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색채에는 「컬러 오더시스템(색채체계)」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안료의 제작이나 조합을 위한 필요성과 함께 「노랑과 파랑」에는 「움직임/잠잠함」이나 「가깝다/멀다」와 같은 지각상의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이른바 「상반」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선이나 명암에 이러한 시스템은 없다. 물론, 직선/곡선, 삼각형/원형, 빛/그림자라고 하는 관계에서 반대적 성격이 인정되지만, 다양한 형태의 색채가 빚어내는 「시스템」적인 특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화가들은 오래전에는 흰색-노랑-빨강-파랑-검정이라고 하는 「색채, 열」, 근세 이후는 노랑, 파랑, 빨강으로 구성되는 「색채삼각형」이나 「색채삼각추」 또는 「색채환, 색상환(컬러서클)」, 「색채구」, 「색채입체」 등 다양한 「컬러 오더시스템」을 상정해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학적 실증적 색채연구를 「예술적 색채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화가들에 의한 탐구는 예술적이기는 하지만 색채의 묘사가치가 아닌 독자가치에 향해있고, 그러한 점에서 심리학이나 생리학의 연구와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회화에 대한 색채조화에 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색채조화(컬러하모니)는 실은 복잡한 개념이다. 하모니는 음악의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화」가 아닌 「화성」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이해하기 쉽다. 왜냐하면, 화성은 「화음(코드)」의 진행, 결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화음(코드)은 배색(컬러 콤비네이션)과 같은 뜻이다. 색채조화라고 하면 어떠한 색과 다른 한색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화음(코드)」만을 받아들이는 것과 흡사하다.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곡을 생각해 보면, C → G → D7 → 과 몇 가지 「코드」로 진행하는 전체가 「화성=하모니」이다. C(도미솔)이나 G(레솔시)의 화음에 각각의 표정이 있다고 해도, 1곡의 「하모니」는 어디까지나 복수의 화음(코드) 결합이나 진행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회화에 있어서 색채의 「하모니」도 같은 맥락이다. 음악에서의 코드는 색채에서의 「색의 조합」, 즉 「배색」이다. 회화에서 색채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색채의 특정코드, 이를테면 특정의 배색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회화를 형성하는 다양한 배색이 낳는 전체성의 조화가 바로 색의 조합이다. 회화나 음악 등의 예술에서 아름다움이나 상쾌함은 조화가 가져오는 가치 중 1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에서의 노랑이나 파랑이 반드시 아름답고 상쾌한 것은 아니다. 고흐 자신도 말했듯이 인간이 만나서 담소하는 즐거움과 고독한 술에 피폐해지는 비극이 함께 존재하는 카페의 색채, 즉 희비극을 살아가는 사람의 에너지 색채, 그것이 이 그림의 노란색인 것이다. 여기서 색채조화가 가져오는 것은 비통함이다. 또한 노란색이 그러한 특이한 긴장감을 가져오는 것은 파랑의 배색만이 아니라 그림 오른쪽 단에 있는 수목을 암시하는 작고 생명적인 초록이기도 하다. 회화에서 색채조화는 이렇듯 복잡한 표정을 띠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주목해야 하는 점은 그 회화작품이 묘사가치에 근거하는 색채의 배색을 어떠한 식으로 구성하고 통합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특히 화가가 색채의 독자가치를 추구할 때 화가 나름대로 컬러 오더시스템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받아들이는 시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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