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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회화에서의 색채조화 포착 방법 2

by 더_나은_날 2022. 7. 6.

상징으로서의 색채를 중시하는 중세

회화란 painting, 즉 「색을 칠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는 표현형식으로서 벽화,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 미니아튀르(사본 삽화)/에마키모노(일본의 두루마리 그림), 종이를 지지체로 하는 일본화 또는 캔버스나 판을 지자체로 하는 타블로화 등에 걸쳐 칭한다(복제를 특성으로 하는 판화를 더해도 좋다). 처음에는 판(타블로)에 그리기 시작한 것이, 16세기경부터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하여 색을 칠하게 된 회화를 보통 「타블로화」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는 이것이 색채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모자이크나 스테인드글라스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타블로화가 몇 겹씩 채색을 더해 여러 색채를 빚어내 전체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인 것에 비해 모자이크나 스테인드글라스는 색채 각각의 단위 관계, 즉 배색이나 시스템에 대한 의식이 화가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 성단소주변복도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성모자상에서는 빨강과 파랑의 대비가 아름답다. 성모 마리아의 주위가 비현실적인 빨강의 세계인 것처럼, 여기서는 「묘사가치」 보다도 「독자가치」가 우위를 차지한다. 일본의 나라현 <다카마쓰즈카 고분>의 고분에도 동서남북의 벽화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검은 거북이)가 그려져 있다. 우리들이 청춘, 주하, 백추, 현동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요컨대 색채는 방위나 계절, 인생, 우주, 교의 등을 시사하는 깊은 의미나 힘이 「상징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성은 「독자가치」가 가지는 중요한 측면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중세 시대는 색채의 독자가치 안에서도 「상징적 가치」로 부르는 용법이 눈에 띈다. 흰색과 검정, 노랑과 파랑이 빛과 어둠, 명과 암이라고 하는 자연 상태를 「묘사」적으로 결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빨강이나 자주색은 「독자가치」를 대표하는 색채로써 상징성을 띠고, 색채 열 등의 컬러 오더시스템에서도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현대에도 상징적 가치를 색채조화의 밑바탕으로 두는 화가는 적지 않다. 

 

묘사가치를 지향한 르네상스 시대

서양 회화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큰 전환을 맞이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화가이자 자연과학자였던 것처럼 회화도 자연이나 현실의 세계를 표현 대상으로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의 주제는 크리스트교 성서나 그리스로마 신화 등 중세의 회화와 같은 형태로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지만, 이러한 사건이 마치 보통 사람의 생활공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이 그려져 있다. 회화는 상징성부터 리얼리즘이나 자연주의로, 즉 중세적인 「독자가치」에서 「묘사가치」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 원칙은 서양 회화의 전통으로써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져 간다. 다만 흥미 깊은 것이 이 시대는 묘사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컬러 오더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인간의 피부를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빨강과 흰색을 혼합하여, 핑크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의 대상이 가지는 복잡한 색을 재현하면서, 원색과 그 혼합이라고 하는 이론적이면서 기법적인 지식을 획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축가이며 예술이론가인 알베르티는 「회화론」에서, 「색의 배합에 따라 무한의 색이 태어나지만 진짜 색은 겨우 4원색 밖에 없다.」고 하여 빨강, 파랑, 초록, 갈색을 들고 있다. 원색이론은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또는 고대 로마의 플리니우스로부터 유래되었으며 이른바 색채과학의 출발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15세기에는 알베르티와 같은 이론가나 화가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가 깊이를 더해갔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전통 속에서는 색채의 시스템이 반드시 명/암, 흰색/검은색이라는 양극을 시야에 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랑, 빨강, 파랑과 같은 원색도 그 양극의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되었다. 즉, 색채는 빛과 어둠이라는 우리들의 지각체험에 근거하여 검토되었으며, 원색이론은 반드시 상징적인 독자가치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각체험에 근거하는 묘사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알르베티도 4원색이 암과 명, 흰색과 검정이 함께 있는 것을 명기했다. 요컨대 15세기 르네상스부터 화가들은 재현적 묘사에 움직임을 두면서도, 동시에 색채독자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궁리하게 된 것이다. 많은 천재 화가들은 색채에 대한 묘사가치와 독자가치와의 차이를 의식하고 그 양쪽의 대립과 통합을 추구하였다. 예를 들면 베네치아의 화가 티치아노는 서양을 대표하는 색채 화가로 평가된다. 그가 묘사가치와 독자가치의 비교할 수 없는 균형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바커스와 아리아드네>는 언뜻 보면 인물이나 동물, 수목, 하늘, 바다, 풍경 등 모든 것이 재현적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인다. 묘사가치의 중시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고유색(local color), 이른바 물체가 가지는 본래의 색채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수목이나 풀의 초록, 인간의 피부색 등 고유색의 묘사가치에 기인하는 다양한 배색이나 명도의 그라데이션이 성립되고 있다. 그러나 회화 왼쪽 단의 아리아드네를 보면, 그녀가 두르고 있는 가는 장식용 벨트의 빨강, 옷의 커다란 파랑, 지면에 놓인 옷감의 노랑이 만드는 압도적인 힘을 눈치챌 수 있다. 이 3색의 배색은 묘사가치에 근거하여 선택되었다고 보여지지만, 실은 색채의 독자가치에의 관심에서 생겨나고 있다. 옷감의 색은 물론 고유색으로 보이지만 하늘이나 수목과는 달리 화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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