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색채의 변천사
상품색채를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이 시대를 구분한다.
① 전쟁 후, 물자가 부족하고 구미 선진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 강했던 1945년부터 1960년경
② 고도 경제성장의 흐름을 타고 경제 대국으로 변신한 1960년경부터 1970년대 초기
③ 단순한 대량소비 시대에서 벗어나 지구환경의 보전이나 세계와의 균형을 중시해야만 했던 1970년대
④ 거품 경제의 영향을 받은 1980년대
⑤ 경기 변동기를 거쳐 한층 더 글로벌한 시점을 지닌 1990년 이후
이 같은 시대구분을 따르면서, 시대의 가치관이나 풍조를 반영하고 다양하게 모습을 변화시켜온 상품색채의 변천을 개관하고자 한다.
컬러 스테이터스 시대 - 전쟁 후부터 1960년경
1) 국방색과 아메리칸 컬러
전쟁 직후는 의류품의 색이라고 하면 봅빼의 감색이나 군복의 국방색 등 몇 가지 한정된 색밖에 없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색을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전쟁 후의 탁색, 암색의 시대에서 출발해 사람들은 우선 구미의 풍요로운 생활에 동경심을 품었다. 의류품으로는 1945년~49년에 걸쳐 초록이나 빨강 같은 원색을 사용한 아메리칸 룩이 인기를 모아 이를 즉시 도입한 원색 조의 아메리칸 룩이 유행했다고 한다.
2) 시네 모드와 단색
1950년대에 들어서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 모드와 영화의 영향, 즉 시네 모드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네 모드에서 탄생된 색으로는 1958년의 「모닝스타 블루」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미국 영화 「첫사랑」의 여주인공 모닝스타가 극 중에서 입었던 드레스의 초록빛이 감도는 파란색의 애칭이며 거대 의류 제조 회사인 레나운이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색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전개하여 그 이후 시대의 컬러 캠페인의 선구가 된 색이라 불리고 있다. 그 외에도 1950년의 영국 영화 「빨간 구두」의 빨강, 스탕달 원작의 프랑스 영화 「적과 흑」의 빨강과 검정의 배색, 1959년의 「검은 번개」의 검정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이 색들의 대부분은 단색이었다. 1950년대는 이처럼 시네 모드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색채가 인기를 얻었는데 그 배경에는 유럽과 미국 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1950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미군의 물자 지급 기지가 된 일본은 그 특수로 인해 경기가 살아나면서 소위 금편경기(광산업, 철강업의 경기), 사편경기(섬유산업 경기)라고 불리는 호황을 가져왔다. 1951년에는 「쇠보다도 강하고, 비단보다도 아름답다」고 칭찬받던 나일론 섬유가 인기를 끌었다. 나일론의 매끄럽고 독특한 표면감, 투명감, 뛰어난 발색성에서 나오는 브라이트 컬러 등 변혁의 시대를 예고하는 듯한 설렘이 넘치는 색상이 주목받았다. 1950년대에 들어서 1953년에는 TV 방송이 개시되어 매스컴의 기초가 성립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스컴의 발달은 그 후 색상 보급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앞서 나온 모닝스타 블루는 이와 같은 매스컴의 발달에 따른 산물이기도 할 것이다.
3) 사회적 지위로서의 인테러어 컬러
한편, 이 시기의 인테리어 컬러는 어떠했을까. 전후의 생활은 식, 의, 주 순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색채라고 하는 부가가치는 먼저 의류 분야에서 개화하여 주생활 쪽으로 서서히 관심이 퍼져나간다. 하지만 1950년대 당시 전자 제품이나 인테리어 제품에 관해서는 아직 색채 부분에까지 관심을 가질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현대에 극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커튼이나 카펫조차도 사치품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전기세탁기, 전기 냉장고, 전기 청소기가 「3종 신기」로 생활의 스테이터스(지위)를 상징하는 유행어가 된 것은 1956년이다. 커튼, 카펫으로 대표되는 인테리어 패브릭 제품의 보급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선 후부터다. 인테리어 소비재는 먼저 당시 양식 공간으로서 서민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단지」로부터 도입되어 갔다. 1956년부터 약 3년간 대략 100만 명의 「단지족」이 탄생했다. 당시의 양식 주택을 상징하는 단지에 전자 제품과 인테리어 패브릭 제품이 파고 들어갔다. 카펫을 예로 들면, 당시의 가격은 다다미 한 장 크기에 2,200엔으로 여섯 장 크기가 「보너스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고가의 상품이었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그 색채로는 초록, 회색, 흑백, 분홍 멜란지, 검정과 빨강 멜란지 등의 기록이 있다. 1950년대는 유럽과 미국풍 생활에 대한 소위 외래문화의 분위기를 구현하는 색채가 인기를 끌었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색의 색조나 명도가 높은 단색 사용이 많이 보이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색채였을 것이다.
현대 회화의 세계로
인상주의 고흐, 고갱, 쇠라와 같은 화가들은 색채의 독자 가치를 철저히 추구했지만, 묘사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초기에 들어서, 묘사 가치는 그 역할을 다하게 된다. 형태의 차원에서 추상회화는 대상 재현의 부정이지만 색채 차원에서 보면 묘사 가치의 부정이며, 독자 가치의 전면적 긍정이다. 물론 상징성보다도 색채가 가지는 풍부한 감성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의미로서 중세의 종교 회화와는 다르다. 다시금 「독자 가치」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 20세기의 회화이다. 그것은 배색이나 대비에 기인하는 「조화」가 아니라, 쇠라가 개척한 것처럼 「색 인식」을 탐구하는 길을 열었다. 20세기 초반, 마티스(Henri Matisse)를 중심으로 하는 포비즘(야수파)의 그룹(1905-), 피카소나 브라크(Georges Braque)에 의한 큐비즘(입체파) 운동(1908-) 또한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 클레 등은 빠짐없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가지 예로 클레(Paul Klee 1879-1940)의 <꽃피는 나무를 에워싼 추상>을 보자. 이 작품 제작의 근본에는 상하 양쪽 끝에 흰색과 검정, 중심에 회색을 지닌 「색채구」 시스템이 존재하고 암흑의 우주에 그 색채구가 떠 있는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는 듯한 감각을 주는데 모든 색상이 명료하고 상승과 하강, 확장과 수축, 주변과 중심과 같은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신비한 시간과 공간을 호흡하고 있다. 클레가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배색이나 대비가 아니다. 색상, 명도, 채도로 구성되는 색채 전체의 미묘한 「인식」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보는 사람에게 색에 대한 「연상」을 이끌어내어 어느 사이에 봄의 자연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시에도 로스코나 프란시스 등에게 계승되어 전개되었다. 21세기를 맞이하여 공간환경이나 컴퓨터 공간 등 새로운 미디어 영역에서 흥미 깊은 색채표현에 대한 탐구가 전개되고 있다. 회화의 역사는 색채조화, 색채 코디네이션을 추구하기 위한 무한한 보물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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