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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현대 일본의 상품색채 변천 3

by 더_나은_날 2022. 7. 8.

이원화의 시대로 - 1970년대의 탁색

1970년대는 일본에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변절을 겪게 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 일변도의 가치관에서 점차 여러 가지 현상과의 균형감각을 갖는 가치관으로 변모하는 시대이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이 1973년의 제1차 오일쇼크였다. 성장 경제에서 무성장 경제로, 「소비가 미덕」에서 「절약이 미덕」으로, 문명지향에서 자연과 문화, 정신성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시대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했다. 이와 같은 의식변화는 상품의 구매의식에도 강한 영향을 준다. 쓰고 버리던 것에서 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 상품 사이클과 상품의 품질, 가격과의 균형을 생각한 소비성향으로 변화한다. 또한 「조합」, 다시 말해 코디네이션이라는 개념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색채의 변동을 보면 1970년대 중기 이후는 지금까지와 같이 일원적인 동향이 아니라 이원적인 동향을 보여주게 된다. 일원적 동향이란 예를 들어, 시장의 색채가 그때그때의 유행색에 크게 좌우되어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두 한 색으로 염색해 버린 듯한 동향을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원적 동향이란, 한편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는 안정된 색채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으로 변동성이 큰 유행색이 존재하는 식의 양면성을 가진 동향이다. 현재의 시장을 관찰하면, 이와 같은 이원적 색채 동향은 시장의 색채 파악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 기초가 이 시대에 형성되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생활자에게 소비의 지혜이며, 재고(stock)를 낭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소비성향이기도 하다. 의복과 관련해 말하면, 입어도 질리지 않는 색이나 어떤 상황, 장소에서 입어도 무난한 색을 기본으로 시대적 즐거움을 의복의 「조합」 속에서 만들어내는 편집적인 구매 성향이 표면화된다. 인테리어와 관련해 말하면, 실내의 배경색이나 비교적 큰 면적을 차지하는 색은 그대로 두고 작은 면적의 상품으로 분위기를 바꾸거나 혹은, 과거의 재고와의 색채 조합을 의식하는 등의 컬러 코디네이션에 관한 발상이 강해지게 된다.

1) 어스(earth) 컬러와 탁색

이와 같은 편집형 소비 형태는 모두 상품의 「단품 구매」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기본을 이루는 상품에 관해서는 상품분 야를 막론하고 60년대와는 대조적으로 저채도 색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은 저채도와 동향은 어스 컬러로부터 시작된다. 1960년대 후반에 표면화되고 있던 공해 문제는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의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오일 쇼크로 인한 급격한 불경기에 따른 절약 지향은 이러한 의식을 더욱 촉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의 노랑을 대표로 하는 60년대 색상은 급속히 모습을 감추고,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히피룩의 진즈나 「자연」을 키워드로 하는 의식에 호응하듯 브라운 계열이 대두된다. 브라운 계열은 베이지에서 짙은 갈색까지 그 폭이 넓은데, 대지의 색을 방불케 한다는 의미에서 「어스 컬러(earth color)」라고 불렸다. 어스 컬러는 1970년대 중기 이후의 패션컬러로 의류, 인테리어,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인기를 얻었다. 70년대 후반을 석권했던 어스 컬러의 다양한 색 중에서도 특히 베이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연 지향의 대표색으로 시장에 정착했다. 브라운과 베이지는 목재나 표백하지 않은 목면포와 같은 자연 소재로 보이는 색이다. 패션에서는 민족풍의 디자인이나, 진즈와의 조합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칠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한 북유럽의 가구나 베이지 계열의 벽지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어스 컬러의 유행은 1962년의 셔벗 톤의 경우와는 그 양상이 약간 달랐다. 셔벗 톤은 매스컴을 활용한 생산자 주도형의 색채였던데 반해 어스 컬러는 자연발생적인 면 즉, 생활자 주도형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복식의 유행색으로 시작된 어스 컬러의 다양한 색은 여러 분야로 파급되어 갔다. 그 외에도 와인색이나 올드 로즈(old rose), 카키색 등이 브라운 계열을 인기색이 되었다. 이 색들은 대다수가 탁색 계열이며, 1960년대를 상징하는 원색조의 화려함과는 반대로 수수한 느낌이 강한 색으로, 그 컬러 이미지가 상당히 대조적인 흐름을 보인다.

 

탁색에서 청색의 시대로 - 화이트와 파스텔컬러의 1980년대

1970년대 중기를 석권한 자연 지향의 색은 차분한 느낌으로 인해 인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부터 8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는 일본이 공업 선진국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그 후의 고도 기술사회, 정보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는 시기였다. 일과 작업의 효율화가 진행되고, 낭비를 없애는 풍조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였다. 그 풍조는 디자인 면에서는 낭비 없는 직선적인 폼(form, 형태), 무기적이고 쿨한 인상의 색상으로 바뀌는 흐름을 낳게 된다. 1980년대가 되면 어스 컬러로 대표되는 유기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아닌, 무기적이고 차가운 인상 혹은 상쾌한 느낌의 색상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간다.

1) 흰색, 검정과 파스텔컬러

80년대가 되면 흰색, 검정과 같은 뉴트럴 컬러(무채색)와 핑크, 라이트 그린과 같은 파스텔컬러(명청색)가 인기를 모으게 된다. 복식분야에서는 당시에 「뉴트라(new traditional)」, 「하마트라 (요코하마 트래디셔널)」라고 불리던 유행 스타일에 파스텔컬러와 흰색의 코디네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인테리어 상품이나 주방 가전제품에도 흰색 및 핑크, 라이트 그린 등의 상쾌한 느낌의 라이트 컬러가 인기를 모았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특히 흰색이 인기가 있었다. 도요타 자동차가 소아라의 초기모델에 사용한 슈퍼 화이트로 그 이후 흰색 붐의 선구가 되었다. 자동차에서 흰색의 보급은 놀라운 일이었으며, 1987년에는 신차의 75%를 흰색이 차지했다. 이 시대의 무기적이고 쿨한 색채 지향에는 「경박단소」라는 유행어의 근원이 된 워크맨(1979년), CD 오디오, 컴퓨터 등 전자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하이테크 지향의 풍조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1985년에 열린 쓰쿠바 과학 엑스포로 상징되듯이 샤프하고 경쾌한 미래 지향성이 강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흰색, 검정, 파스텔컬러(명청색)는 패션에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로 침투했고, 결국 그 무기적인 표정은 더욱더 확대되어 블랙의 유행을 낳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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