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색에서 청색의 시대로 - 화이트와 파스텔컬러의 1980년대
80년대가 되면 어스 컬러로 대표되는 따뜻하고 유기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차갑고 무기적인 인상이나 상쾌한 느낌의 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간다.
2) 무기적인 색채 - 검정
화이트와 파스텔컬러는 1970년대 중기부터 후기를 석권한 탁색 계열과 비교하면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강한 색이며, 특히 심플한 흰색의 표정은 70년대의 브라운과는 대조적으로 샤프하고 무기적인 이미지도 강하다. 그 무기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 검정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색일 것이다. 검은색의 유행은 여성복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1982년에 패션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 야마모토 요지가 발표한 컬렉션은 서구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그들이 사용한 색은 극히 과묵한 「검정」 색이었다. 그 패션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 먼저 받아들여졌고, 검은색(당시에는 모노 톤 패션이라고 불렀다)의 유행이 시작되었다. 가와쿠보와 야마모토의 패션은 DC(디자이너&캐릭터 브랜드의 약자) 패션으로 불렸으며, 검정은 그 후 1980년대 중기부터 후기까지 의류, 인테리어, 가전, 차 등에도 확대되어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분야에 걸친 유행색이 되었다. 1980년대 중기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지향 등으로 「simple is best」라는 풍조가 생겨난 시기인데 특히 흰색과 검정색의 인기는 그 풍조를 색채적으로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60년대부터 70년대를 지나면서 내구 소비재와 신변 일상 용품 등 「물건」을 충분히 소유하고, 다양한 색채를 거친 후의 성숙사회가 아니고는 가질 수 없는 미의식, 가치관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3) 거품경제와 고급 지향
- 에콜로지(ecology) 컬러와 다크(dark) 컬러
1980년대 후기가 되자 일본 경제는 전대미문의 거품 경제의 시대를 맞게 된다. 소득은 비약적으로 늘고 엔고가 급속히 진행된다. 이처럼 금전적인 풍요를 배경으로 고급 지향이 강해지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의류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해외 브랜드 붐으로 나타났으며,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로메오 질리와 같이 저명한 해외 디자이너에 의한 고급의류가 인기를 얻었다. 이때부터 「에콜로지 컬러」라는 베이지를 중심으로 한 자연소재의 색이 또다시 대두하게 된다. 한때 1991년에는 네이비 블루를 중심으로 하는 블루 계열의 인기도 나타난다. 에콜로지는 「생태학」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자연환경의 황폐화가 갑자기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동향을 색채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색채적으로 표현한 색역(색 표현 범위)으로 대표적인 색으로는 베이지를 들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오크(oak), 체스넛(chestnut, 밤나무)과 같은 고급 수입 목재를 사용한 다크 브라운의 가구와 영국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린, 브라운, 네이비 블루 등 다크컬러를 사용한 패브릭 제품, 고급 카펫 등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가전제품은 지금까지의 파스텔컬러는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회색 계열, 베이지 계열의 대리석 풍, 사목(grained screen) 풍과 같이 상당히 정교한 표면감을 갖는 컬러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자동차의 경우는 지금까지의 흰색은 많이 줄어들고, 검정과 네이비 블루를 중심으로 하는 다크 컬러가 급속히 늘어났다. 이처럼 1987년부터 1992년까지 5년 정도 계속된 거품 경제는 색채적으로는 1970년대 중기를 방불케 하는 내추럴 컬러와 고급 지향을 색채적으로 표현한 다크컬러의 2가지 성격의 색을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다.
성숙 시대의 색 - 1990년대 이후
1980년대 후기부터 1990년대 초기는 사람들이 강력한 일본경제를 배경으로 세계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거품 경제는 「에콜로지(생태계)의 보전」을 외치면서도 탐욕스러운 소비가 가난한 나라의 자연 파괴를 추진하게 된다는 얄궂은 현실이 대두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수입 제품의 폭넓은 시장 확대와 해외여행 붐으로 인한 디자인 시야의 확대와 같은 성과도 가져왔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좋든 싫든 간에 세계 속에서의 일본을 알게 되고, 물건을 소유하는 충족감만이 아니라 소유함에서 발생하는 마이너스적인 측면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대는 보다 성숙한 균형 감각이 양성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균형감각은 거품경제의 붕괴와 함께 보다 온화한 색채를 선호하게 만들었고, 여성 의류에서는 1993년 봄, 여름 색으로 베이지가 인기를 끌었다. 의류 분야에서는 1980년대 중기에 절정이었던 검정색은 시장에 정착하고, 특히 겨울 색상으로 뿌리 깊은 인기를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베이지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지만, 1996년 겨울부터는 짙은 밤색(의류 업계에서는 초콜릿 브라운이라고 불렸다)이 검정에 필적할 만한 색이 되었다. 인테리어 패브릭 제품 분야에서는 1993년부터 1995년 정도까지는 베이지 계열이 인기 색으로 복귀하였고, 거품 붕괴 후의 불경기 시대에는 제2차 어스 컬러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 후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컬러 콘트라스트를 강조한 코디네이션이 대두되었고 현재는 벽, 바닥, 천정 등의 재료를 흰색과 베이지 계열의 어스 컬러로 마감하고 가구나 커튼, 소품에 파랑, 노랑, 주황 등을 사용하여 액센트 효과를 준 코디네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자동차의 차체 색으로는 네이비 블루와 검정을 중심으로 한 다크 컬러가 후퇴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메탈릭 실버가 인기를 모으고 흰색이 재상승하는 등 밝은색으로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는 호경기에서 극단적인 불경기로 큰 경제적 변동이 있었던 시대였으며, 좋든 싫든 간에 세계적인 시야로 모든 일에 대응해야만 했던 시기였다. 색채의 동향으로는 거품 시기를 대표하는 다크 컬러, 에콜로지 의식을 상징하는 베이지를 들 수 있는데, 현재는 그 색채들이 뒤섞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다시 한번 1980년대를 방불케 할 것 같은 명청색(파스텔 컬러) 시대로의 과도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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