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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일본의 색채 문화 4

by 더_나은_날 2022. 7. 4.

8) 에도 시대

에도 시대는 색채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 개발된 울금, 에도보라(남색이 강한 보라색), 납호색(쥐색을 띤 남색) 등 많은 색명이 대부분 오늘날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에도 시대는 무사와 부호상인 계급이 사치스러운 의상으로 세월을 보낸 전기와 상인들이 세련된 의상미를 발견한 후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기를 대표할 만한 것은 다테스가타(멋 부린 모습)라는 이름을 남긴 다테 마사무네의 당직 의상을 입은 모습일 것이다. 그 무사 세계의 의상미가 점차 상인 세계로 번져나가 간분 연간에는 일본 최초의 의상 디자인집 「신센히나카타」가 간행되었고, 부호 상인 집안 여성들의 의상 경쟁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겐로쿠 시대에는 소가노코(홀치기 염색의 일종), 금사자수 등 놀라울 정도로 미세한 부분까지 사치를 부린 의복이 경쟁이라도 하듯 만들어졌기 때문에 막부는 결국 고소데의 원단 사용을 한 필 200돈 (몬메, 척관법에 의한 무게 단위) 이하로 규정하는 사치 금지령을 발표했다. 유럽에 알려진 일본의 대표식은 쪽 염색으로 만들어진 파란색인데, 실제 일본에서는 어떠했을까? 「신센히나카타」에는 주홍색 등의 붉은색 계열이나 노란색 계열의 색명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난색 계열의 인기가 우세했던 듯하다. 막부 말기에는 실제로 염색된 천 조각을 붙인 염색 견본집이 널리 유행했는데, 이것 또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남색 계열은 실용적이지만, 호감을 주는 색은 아니었던 듯 보인다. 에도 시대 후기에는 상인들에게 주홍색이나 보라색 염색 원단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가짜 보라(보라색과 비슷하게 염색함) 등의 염색도 개발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계기로 비교적 비용이 절감되는 갈색 계열의 색이 많이 생겨났다. 또한 쥐색 계열의 색상이 많이 염색되면서, 「사십팔다, 백서」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나가사키 세이키의 조사에 따르면, '다(茶)'라는 글자가 붙는 색이름의 수는 게안시대 이후(1648-1710) 38종, 쇼토쿠 시대 이후(1711-88) 23종, 간세 시대 이후(1789-1867) 33종으로 합계 94색으로써, 48색보다 훨씬 많다. 어쩌면 당시 48일 동안 염불을 독송하던 불교 행사에서 나온 숫자인지도 모른다. 백서도 실제의 숫자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 역시 백도참(신사, 절 등의 경내에서 일정한 거리를 백 번 왕복하며 예배, 기원하는 일)과 같이 그 당시 자주 사용되던 일반적인 호칭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갈색의 색이름에는 가부키 배우의 이름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는 단주로차, 시칸차 처럼 오늘날의 갈색인 것도 있지만, 바이코차 처럼 초록 계열의 색, 로코차, 리칸차처럼 올리브 계열의 색인 것도 있는데 모두 「차(茶)」라고 불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의 색은 관념적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진 데 반해, 당시의 색은 훨씬 실생활에 직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쥐색의 경우는 리큐네즈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리큐가 붙는 색이름은 찻잎 색상과의 연관성으로 초록빛을 띠는데, 그와 같은 색을 그냥 리큐색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리큐네즈미와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 '인롱'은 에도 시대의 특색을 결정짓는 무사 계급의 일용품이다. 인롱은 도장을 넣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었지만, 약을 넣어 다니기도 했다. 허리에 차고 다니는 2단에서 5단의 작은 원형 상자인데, 훗날에는 디자인이나 재료에 공을 들인 자랑거리가 되었다. 인롱은 일반적으로는 목제에 옻칠을 한 것이었지만, 그림에 보이는 것은 대나무에 마키에로 표현한 것이다. 허리띠에 찼을 때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켜 주는 네즈케와 상자를 조여주는 오지메가 필요하며, 옥, 금속, 상아, 시회, 유리, 피혁 등 실로 다양한 재료가 쓰였다. 오지메를 관통하는 끈도 색채조화를 고려한 끈을 사용하였다. 몸에 지니는 작은 소품이지만, 훌륭한 종합예술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9) 메이지, 다이쇼 시대

유럽풍 문화를 지혜롭게 흡수한 메이지 시대는 색채에 있어서도 대변혁기였다. 전기는 문부성의 주도에 의한 「색도(色圖)」 교육에서 그 명확한 일면을 포착할 수 있다. 중기는 인쇄, 물감 분야가 유럽과 미국의 새로운 색채미를 받아들였다. 후기는 수입 염료에 의해 기모노의 색이 밝아졌으며, 새로운 언어의 번역에 의해 색채과학이 도입되었다. 다이소(大正) 시대는 메이지 시대를 답습하면서 근대화가 전개된 시대였다. 기모노의 색은 수수한 갈색, 감색에서 합성염료의 화려한 느낌의 색상들로 바뀌었다. 메이지 30년대의 잡지에는 「지금은 신기한 서양 염료 덕분에 염색 빛깔이 다채롭고 같은 붉은 색도 수 십 종류가 있으니, 이 아름다운 색이 어떻게 얻어졌는지 신기하다」는 기사가 나온다. 큰 포목점에서 자기 가게 고유의 색이름을 붙인 책을 만든 것도 당시의 새로운 사건이었으며, 「살색(肉色)」과 같이 새로운 이름이 붙은 색이나 무늬가 봄, 가을마다 등장했다. 이와 같이 새로운 감각의 색이름 붙이기는 쥐색에서도 현저하게 나타나, 가키네즈미, 기조쿠네즈, 고초네즈, 미야코네즈와 같은 색이름이 고안되었다. 그 외에 수입 염료 사용에 따른 시대성을 나타내 주는 밝은색으로 풀색(草色, 노란빛이 강한 밝은 초록 계열의 색), 신바시색(산뜻하고 밝은 파란색의 일종), 호박색 등이 있었다. 메이지 시대 후기에 등장한 색채과학은 그때까지의 경험적, 기법적 색채관을 근본부터 뒤집어엎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그 막을 연 것이 야노미치야가 쓴 「색채학」 (메이지 40년)이다. 이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색의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으로써, 빛의 파동설, 미립자설, 눈의 구조, 수정체의 황화(黃化), 광학적 원색, 색의 3속성, 대비, 색각, 색 입체, 색채 비교 등이 다루어졌다. 야노는 보색을 여색이라고 번역했는데, 그 여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쇼와 10년대에 여전히 많았던 것을 보면 이 책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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