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데코(Art D co)란 Art D coratife의 준말로 '장식 미술'이라는 의미이다.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장식 미술, 공업미술 민국박람회'에서 이 양식이 정점에 달했다고 해서 '1925년 양식'이라고도 한다. 아르데코는 20세기 초에 급속도로 진보한 기계주의를 발단으로 근대 디자인 운동과 세계 각국의 민족 미술이 혼합된 복합적 디자인 양식으로, 예각과 직선적 형태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아르데코는 19세기 말의 생활 양식(아르누보 양식)의 연장선 상에서 출발하여 20세기 초에 발생한 수많은 회화, 공예, 디자인 개혁 조형 운동을 흡수하고 그 자체에 모던 디자인을 내포하면서 결국 모던 디자인에 이르게 되는 과도기적인 양식이었다.
1) 야수파, 발레 뤼스의 원색
1905년에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 앙리 망갱, 라울 뒤피, 로베르 들로네 등에 의해 '살롱 도톤느(해마다 가을에 개최되는 프랑스 미술 공모전)'에 출품된 '마치 야수가 울부짖는 것 같은' 원색을 사용한 격한 필치의 회화들은 이후 '야수파(포비즘)'로 명명되어 '큐비즘(입체파)'과 함께 20세기를 물들인 모던 아트의 원점이 되었다. 마티스의 '마티스 부인의 초상', 망갱의 '상트로페만', 들로네의 '붉은 탑' 등의 작품들은 대상을 형태가 아닌 작가가 느낀 강렬한 원색에 의해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1909년 파리에서 최초로 공연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는 레옹 박스트가 슬라브 풍 원색을 사용하여 디자인한 무대 장치나 의상으로, 아르누보 풍의 불투명한 색조에 익숙한 유럽인들에게 강렬한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특히 '세헤라자더', '클레오파트라', '폴로비치안 댄스' 등의 무대는 아라비안 나이트, 이집트, 슬라브 세계를 표현하여 그 속에서 펼쳐지는 원색의 향연으로 유럽을 압도했다. 또한 오르피즘 화가인 로베르 들로네의 부인, 소니아 들로네는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선명한 원색을 구사해서 직사각형, 삼각형, 원 등 기하학적이고 참신한 의상 디자인이나 텍스타일 디자인을 발표하고 있다. 뒤피도 염색과 직조에 관심을 갖고 '낙원 속의 산책' 등 화려한 텍스타일 디자인을 창조했다. 한편, 아르데코를 대표하는 유리 공예가 르네 랄리크는 오렌지, 초록(밀라노)과 같은 선명한 색채를 사용한 유백색 유리 소재의 항아리를 발표했다.
2) 일본의 옻칠 공예, 아프리카 예술의 검정
19세기 말에 영국의 삽화가 비어즐리가 검은 선을 사용하여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검정은 서양인에게 청교도의 색, 장례를 상징하는 색으로 19세기 이후 남성복에서 사용된 금욕적인 색이기도 하다. 또한 검정은 흑인의 피부색, 아프리카 예술의 색이기도 해서 유럽 사람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색이었다. 그러나 아르데코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옻칠 공예품, 수묵화 등이 수입되고 또한 아프리카의 검은 조각품이나 가면이 소개되면서 유채색에 익숙한 유럽의 건축자, 가구 디자이너, 액세서리 디자이너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또, 흑백 피부를 지닌 미국 댄서 조세핀 베이커가 파리의 뮤직 홀에 등장하자 그 강렬한 리듬과 함께 피폐된 서양 문명을 야유라도하는 듯한 야성적인 몸짓과 상징은 그 즉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1919년 포스터 디자이너인 폴 콜랭은 격자무늬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이 흰 치아를 한껏 드러내며 웃고 있는 뮤직 홀의 선전 포스터를 제작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검정은 시대의 아방가르드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영국의 건축가 아이린 그레이는 일본의 옻칠 공예 작가인 스가와라세이로로부터 동양 옻칠 공예의 기법을 배워 검은 옻칠 가구를 제작했다. 또한 스위스의 가구 디자이너 장 뒤낭도 스가와라에게서 옻칠 공예를 배워 검은 옻칠, 붉은 옻칠 등 대비가 선명한 병풍, 구리 항아리 등을 다수 제작했다. 그의 '흑적금기하문병풍', '해중어문병풍' 등은 검정의 압도적인 매력을 잘 표현하여 당시 사람들의 인기를 모았다. 그 밖에 르네 랄리크의 유리 공예 '회오리바람'은 유리 위에 에나멜로 회오리 바람이 검게 말려 올라가는 무늬를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검정은 패션계를 석권하는 유행색이 되었다. 패션 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샤넬, 통칭 코코샤넬은 당시 유행하던 폴 포와레의 원색적이고 동양적인 드레스를 발표해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샤넬은 드레스의 심플한 형태로 인해 '패션계의 (검은)포드', '베이지의 여왕' 등으로 불리며 아르데코 시기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3) 도시와 제품의 메탈 컬러
20세기 초 이후 철근 콘크리트, 유리, 스테인리스강 등이 등장함에 따라 이와 같은 신소재를 사용한 새로운 건축물, 가구, 장식품 등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또한 전기 조명의 발달은 가스등이나 램프의 침침한 어둠으로부터 사람들로 하여금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도시 공간은 자연광에서 인공광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시인 마리네티의 (기계생산에 따른) '속력, 움직임, 소란'으로부터 아름다움을 창조한다는 '미래파(푸투리스모)' 선언은 스피드, 다이내믹, 강인함이라는 아르데코 양식의 기본적 조형 이념을 만들었다. 그 상징적인 도시로 뉴욕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의 고도 성장을 이뤘는데, 특히 소비 도시 뉴욕에는 아르데코 양식의 마천루가 줄지어 세워졌다. 1931년에 아르데코 건축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이 세워졌고, 계속해서 1933년에는 RCA 빌딩, 1940년에는 록펠러 센터 등 많은 고층 빌딩이 건설되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크라이슬러 빌딩의 첨탑에서 볼 수 있듯이 스테인리스강으로 덮여 메탈 컬러로 빛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은 공예가인 장 퓨이포르카가 은 세공사인 아버지처럼 장식이 지나치게 화려한 기존의 고전적 은제품을 만들었지만, 1925년 경부터 장식 문양을 뺀 심플하고 날렵한 디자인의 은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퓨이포르카의 '발 달린 은잔'은 은색 메탈 컬러의 기품과 아름다움, 고귀함을 현대적으로 빼어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한 앞에서 기술한 장 뒤낭은 일본의 마키에 (금, 은가루로 칠기 표면에 무늬를 넣는 공예)의 아름다움에 자극을 받아 금색을 중심으로 빨강, 검정, 초록 등의 배색을 사용하여 기하학적 무늬나 동물, 풍경 등을 표현한 현대적인 병풍과 꽃병을 만들었다. 1919년에는 미국에서 녹슬지 않는 강철 스테인레스 스틸이 개발되어 앞서 말한 아르데코 풍의 대표적 빌딩들에 사용되었는데, 유럽에서는 가구 분야에서 '바우하우스 조형학교'의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등이 스틸 파이프를 구부려서 심플하고 기능적인 의자 '바실리 체어, 바르셀로나 체어' 등 모던 디자인의 대표적인 의자를 만들어 냈다.
4) 마이애미 해안의 트로피컬 데코
아르데코는 미국의 마이애미 해안에서 별칭 '트로피컬데코(남부 지방의 아르데코)'라고 불리며 독특하게 발전했다. 1930년대 초부터 1940년대 초에 걸쳐 마이애미 해안의 5번지에서 23번지까지 남북으로 약 2.5km, 동서로 1.5km에 해당하는 지역에 수 많은 수의 모텔, 펜션, 영화관, 별장용 리조트 주택, 식료품점 등이 세워졌다. 내리쬐는 태양, 드넓고 푸른 하늘, 희게 빛나는 모래밭, 해변에 늘어선 다채로운 색상의 파라솔, 파란 파도 등의 색채가 이 휴양지를 생기있게 물들이고 있다. 이 지역의 건물들은 아르데코 풍의 반원형 발코니, 무어풍(아프리카 북서부 지방의 이슬람 양식)의 휘감겨 올라가는 원기둥, 선박의 창문처럼 작고 등근 창, 밖으로 열리는 연속적인 자그마한 창문 등이 그 특징이다. 벽에는 삼각형을 비롯한 반원형, 해마, 열대어, 플라밍고, 야자수 등의 장식 부조가 디자인되어 있고, 건물의 색채는 ;트로피컬 데코'라고 불리는 옅은 파스텔 컬러가 채색되어 있다. 외벽은 파스텔 계열의 부드러운 핑크, 레몬 옐로, 스카이 블루, 민트 그린, 파스텔 풍 모브 등 셔벗 톤의 상큼한 색채가 사용되었다. 이 색상은 지금도 1920년대의 번영했던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시키는 지난 날에 대한 향수와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이애미 해안의 아르데코는 1979년부터 '마이애미 해안 보존 연맹'이 약 800채에 달하는 건물들을 보수, 채색해서 지금도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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