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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학

색의 3속성간의 상호작용

by 더_나은_날 2023. 5. 20.

색의 3속성 사이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색 인식은 변한다. 그러나 그에 의한 영향이 확실하더라도 색이 지닌 원래의 성질이라고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 색 인식에 있어서 기본적 성질 중 하나이다. 색의 3속성 중에서 채도는 그 성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명도나 색상과 상호 관계를 일으키기 쉽다. 예를 들면 고채도의 색은 일반적으로 밝은 색이라고 느껴진다(명도와의 상호작용). 6색상의 순색(순색은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없지만 가장 높은 채도를 갖는 색을 지칭한다)과 흰색, 검정 및 4단계 밝기의 회색을 포함한 30색 정도의 색종이를 눈앞에 놓고 그 중에서 '밝다고 느끼는 5색을 직감적으로 고르라'고 했다고 하자. 그러면 빨강, 오렌지, 노랑, 초록, 파랑을 빼놓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중에 흰색은 넣어도 흰색의 바로 다음 밝기를 지닌 회색을 고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흰색조차 고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즉 3속성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명도가 순간적인 선택 판단의 순간에서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한편으로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우리는 교통표지나 디자인에 유채색이 가진 뚜렷하고 눈에 띠는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유채색에는 '고유의 매력'이 있어서 우리는 무의식 중에 '밝다=눈에 띈다'라는 사고방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훨씬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두 연구자의 이름을 붙여 '헬름홀츠-콜라우시 효과(Helmholtz-Kohlrausch Effect)'라고 부른다. 지금은 간단히 L/Y효과 또는 B/L효과라고 부른다. 여기서 L은 명도(Lightness), Y는 휘도율, B는 밝기(Brightness), L은 휘도(Luminance)를 말한다. 이 효과는 빨강이나 청자색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노랑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노랑의 높은 명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3속성의 영향은 명도와 색상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색상의 발현은 색지와 같은 표면색 상태에서 안정되어 있지만 빛의 형태를 띠게 되면 불안정해져, 특히 빛의 밝기가 변함에 따라 그 변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백열등의 노란 빛을 같은 밝기의 푸른 빛보다 밝게 느끼기 쉽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백열등은 다소 어두워도 자연스런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반면 색도가 일정한 빛의 밝기에 변화를 주면 같은 색상으로 보이던 파장에 변화가 발생한다. 즉 빛을 어둡게하면 밝은 빛일 때의 색과는 다르게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575nm보다 긴 파장에서는 밝기가 변하면 그보다 긴 파장을 갖는 색상과 동일하게 보인다. 빛을 어둡게 하면 색도가 일정한 스펙트럼의 색이 마치 어떤 한 파장에 접근하는 것처럼 지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파장과 색의 순도(또는 포화도)와는 상관없이 빛의 밝기 변화에만 연관되어 발생하는 현상을 '베졸드-브뤼케 현상(Bezold-Brucke Effect)'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복합광의 색에서도 일어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스펙트럼에서 색상 이행이 발생하지만 그 중에는 변하지 않는 파장이 있어서 주위의 색상이 그 파장에 접근하게 된다. 이것을 '불변점'이라고 하는데, 불변점의 색상과 파장은 파랑(478nm), 초록(503nm), 노랑(572nm)이다. 그 이외의 파장에서는 밝기가 변하면 겉으로 보이는 색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어떠한 파장의 밝기가 증가하면 빨강이나 오렌지 같이 파장이 긴 색은 노랑에 가까워지고 초록이나 청록, 남색 같은 단파장 색은 파랑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지각된다. 같은 현상이 빛의 색에 있어서 순도의 벼화와 관련해서도 발생한다. '애브니 효과(Abney effect)'라고 하는데, 어떤 색의 빛에 백색광을 더해가면 역시 색상 이행(shift)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빛의 색이 하얗게 변하면 장파장쪽으로 이행이 일어나고, 순도가 높아지면 단파장 쪽으로 이행한다. 이 현상에도 불변점이 있는데 바로 노랑(577nm)이다. 이 지각 현상을 이용해서 꿀벌의 색각 감도를 조사한 연구가 있는데 꿀벌도 앞에서 언급한 색상 이행 현상을 일으키며, 색상이나 포화도와 상관없이 색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명광의 영향

물체색(색채 용어로는 물체의 속성과 받아들이는 색의 상태라는 의미로, 표면색과 공간색이 있다. 표면색에서는 빛 색상의 직접적인 지각보다는 뇌의 어떤 한 과정(정확히 어느 지점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음)의 작용이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빛의 색이지만 우리는 불투명한 물체의 색과 투명 물체의 색을 거의 대부분 확실히 구별하고, 물체에 빛이 닿는 부분과 그림자가 지는 부분도 구분한다. 눈은 어떤 경우에라도 동일하게 빛 에너지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외부 세계로부터의 빛에 의한 단일 양상의 정보를 어떻게 물체로 구분해서 지각하는지는 현재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대뇌 피질의 복잡한 과정 속에서 조명빛의 색의 변하면 지각하는 색도 변한다는 인식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자면 한 쪽에서 조명빛과 상관없이 물체색을 생각하는 과정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 조명빛의 성질에 동조하는 '인식'이 일어나, 조명빛의 성질에 의해 색 지각기 좌우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헬슨-저드 효과'라고 불리는 지각 현상인데,그 전에 색 순응에 대해 한 번 더 살펴보면, 회색 색종이를 색광(유채색의 빛)으로 비출 때 색광이 닿는 부분은 그 조명빛의 색과 같은 색 필터를 눈에 대고 회색을 보는 경우와 동일해야 한다. 그러므로 회색은 비춰진 색광의 색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하지만 우리는 원래의 회색 그대로 인식해 버린다. 이것이 눈의 색 순응에 따른 '색의 항상성'인데, 만약 회색이 붉은 빛을 띠는 것으로 해도 오히려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의 회색을 조합하면 색의 항상성이 파괴되는 현상이 1940년에 헬슨(H.Helson)과 저드(D.B.Judd)의 실험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바탕 색과 그림 색으로 두 가지 회색을 조합하여 사용했는데, 실험에서는 이 회색 관찰 도형이 다양한 조명빛 아래에서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도형은 백색광으로 비추면 두 종류의 회색으로 보였다. 그러나 색광으로 비추면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 두가지 회색이 서로 비슷할 경우 색광 아래에서도 두 색은 회색으로 보였다. 하지만 배경에 쓰인 회색보다 그림에 쓰인 회색이 밝은 경우에는 그림의 회색 조명빛이 지닌 색상과 동일한 유채색으로 보였다. 또 그림의 회색이 배경의 회색보다 어두운 경우, 조명빛 색상의 보색으로 보였다. 즉 그림과 바탕의 밝기 관계에 변화를 줌으로써 정반대의 색 인식이 발생한 것이다. 단순하게 설정된 관찰 조건 아래에서 그들이 발견한 결과는 우리가 일상에서 조명 빛에 좌우되지 않고 물체의 색을 인식하는 방법외에 조명빛이 지닌 색을 반영한 인식 방법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색 인식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뇌의 과정을 거쳐 성립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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