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마음에 남기는 것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그려진 '인생(La Vie)'은 보는 사람에게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짓눌려,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들게 한다. 배경인 피요르드의 하늘이 빨강, 오렌지, 노랑으로 채색된 뭉크의 '절규'는 극도의 흥분, 불안, 긴장을 느끼게 하고, 바리벨리의 작품은 캔버스에 그려진 평면작품이면서도 색이 가지는 진출, 후퇴 효과를 이용하여 굴곡이 느껴지는 입체적 효과를 낳고 있다. 이렇듯 색은 언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보는 사람의 심리에 직접 작용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색을 상징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우리들의 감각이나 감정과 관련된 말들로 이루어진 것도 색이 가지는 이러한 힘에 의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 연상이나 상징어가 시대나 사회문화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생각할 때 심리적 효과 또한 그 영향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작품인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의 오른쪽에서 3번째에 위치한 상반신을 뒤로 젖힌 인물은 그리스도를 로마에 팔아넘긴 배신자 유다이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은화가 든 가죽 주머니가 유다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유다는 가죽 주머니보다 황금색의 옷차림으로 상징될 때가 많다. 그 예로, 그뤼네발트의 '최후의 만찬'(1500-02)에서는 목에 가죽 주머니를 매단 유다의 옷차림이 노란색으로 그려져 있다. 또 지오토의 '그리스도의 체포'(1304-05)에서도 그리스도에 입맞춤하는 유다의 옷차림은 노란색이었다. 기독교 문화권의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영어나 프랑스어의 노란색에는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배신, 겁쟁이, 패기 없음 등의 부정적 의미가 있다. 이렇듯 색이 가져오는 심리적 효과의 배경에는 각각의 시대나 지역에 따른 문화적인 요소가 투영된 경우가 많다. 반면 빨강은 위험, 검정은 죽음 등 문화가 서로 다른 많은 민족들 사이에서 공통되는 보편적인 심리적 효과도 있다. 색에 대한 차갑고 따뜻한 느낌, 가볍고 무거운 느낌, 딱딱하고 부드러운 느낌, 화려하고 수수한 느낌 등은 대중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심리적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색의 심리적 효과는 크게 나누어 감정에 관련되는 효과와 그 이외의 감각에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다. 감정은 영어로 feeling, 원래는 "만지다"라고 하는 동사의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프랑스어 sentiment 역시 더위와 추위를 "느끼다"라고 하는 동사에서 유래한다. 이렇듯 감정이라는 것은 눈, 귀, 코, 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그 자극이 마음에 미치는 "뜨겁다", "차갑다", "기쁘다", "슬프다"와 같은 감정(emotion)적인 반응을 포함한 복잡한 개념이다. 심리학에는 공감각(synaesthesis)이라고 하는 현상이 있다. 특정 감각기관에 주어진 자극에 의해 초래되는 특유의 반응 외에, 여타 감각기관에도 감성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그 예로 소리를 듣고 색을 느끼는 색청(color hearing)이라고 하는 현상이 있다. 어떤 색청자(色聽者)에 있어 플루트의 음은 파스텔조의 색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카네코[金子] '색채의 심리학') 또 하늘색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직접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다른 감각 기관으로부터 생기는 인상들이 서로 비슷한 공통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빨강, 오렌지, 노랑과 같은 색의 감각이 불꽃의 색과 닮아서 뜨겁다라고 피부감각과 연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감각의 상호 대응성을 공양성(intermodality)이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색의 심리적 효과의 대부분은 이 공양성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에로, 차갑고 따뜻한 느낌은 원래 피부감각이며, 가볍고 무거운 느낌은 근육조직의 수용기가 가져오는 감각, 딱딱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촉각에 의한 감각이다. 그러나 다수의 경우, 그러한 감각을 일으키는 상황에 시각도 포함되며 색의 심리적 효과는 시각이 가져오는 색 감각과 다른 감각의 공양성에 의한 것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색의 심리적 효과에는 이외에도 명. 암감, 음. 양감, 청. 탁감, 강. 약간 등이 있다. 이는 시각이 가져오는 밝기나 색의 감각 그리고 거기에서 생성되는 인상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심리적 효과
색에는 거리나 크기 등 양적인 지각판단이 관여되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① 색의 진출, 후퇴 효과
- 앞으로 나와 보이는 색, 뒤로 들어가 보이는 색
색의 진출, 후퇴 효과는 우선 색상에 좌우된다. 색상의 진출, 후퇴 효과는 크게는 난색과 한색의 개념에 대응한다고 보고 있는데, 빨강 주황 노랑이 진출색, 파랑 남색이 후퇴색, 그 중간인 초록과 보라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는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오오야마(1960)에 의한 색의 진출, 후퇴 효과 실험에서 가장 진출되어 보이는 색은 빨강이었고, 이어서 주황, 노랑의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장파장의 색은 진출되어 보이고, 단파장의 색은 후퇴해 보인다. 그러나 바자렐리의 그림에서는 빨강이 아니라 노란색 부분이 가장 진출되어 보인다. 이 경우 주위의 색이나 배경색과의 명도차가 진출, 후퇴 효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배경색과의 명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진출해 보이게 된다.
② 팽창, 수축 효과
- 부풀어 보이는 색, 줄어들어 보이는 색
그 외에 명도가 크게 관계되는 심리적 효과로 팽창, 수축 효과가 있다. 같은 크기의 문자를 흰 종이에 검은 글자로 인쇄한 경우와 검은 종이에 글자를 흰색으로 한 경우를 비교해보면 후자의 경우가 좀 더 두껍고 크게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도형이 되는 부분을 "도(圖;그림)", 배경이 되는 부분을 "지(地;바탕)"라고 하는데, "그림"의 형태로서 원을 사용하여 "그림"과 "바탕"이 되는 부분을 여러 가지 색으로 조합한 실험을 했을 때 "바탕"의 색에 비해 "그림"에 해당하는 원의 명도가 높아짐에 따라 원이 팽창되어 보였다고 한다. 즉, 원의 크기의 판단에는 색상은 관여하지 않고, 명도의 영향이 크다는 결론이다. 이렇듯 배경보다 밝은색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는 현상을 광삼현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광삼현상, 즉 빛의 번짐은 광도가 높을 때 그것이 본래 차지하고 있는 면적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이다. 밤하늘의 항성은 모두 무한히 멀리 있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점으로 보여야 하지만 광도가 높은 별일수록 크게 보이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 : 천체의 운행을 나타내는 기계-역주)은 광도가 높은 별을 크게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검정을 배경으로 한 흰 원의 경우 흰색 윤곽의 경계에서 밝음이 배경의 검정에 번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흰 원을 실제 크기보다 크게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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